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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우울했던 건 아니고 현실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by 하루윤 2026. 5. 10.

출산 후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산후우울증 이야기를 하잖아요. 실제로 저도 임신했을 때부터 주변에서 “출산하고 우울감 올 수도 있다”, “감정기복 심할 수 있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우울했다기보다는 현실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뭔가 감정적으로 힘들다기보다, 내가 진짜 엄마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잘 안 믿기는 느낌이었달까요. 저는 계획으로 아이를 가진 게 아니었어요. 결혼 준비 중에 아이가 찾아왔고, 원래 다낭성이 있어서 쉽게 임신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도 반갑고 신기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현실감이 없었어요. 준비가 된 상태에서 하나씩 계획하고 기다렸던 임신이 아니다 보니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오늘은 출산 후 제가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왜 한동안 엄마라는 현실이 잘 실감 나지 않았는지 적어보려고 해요.

출산 후 우울했던 건 아니고 현실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출산 후 우울했던 건 아니고 현실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현실감이 없었어요

저는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놀랐어요. 다낭성이 있기도 했고, 주변에서도 임신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아이가 찾아와줬고, 그 사실 자체는 정말 반갑고 감사했어요.

근데 동시에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어요. 결혼 준비를 하고 있던 시기였고,

아직 마음이나 현실적인 부분에서 부모가 될 준비를 깊게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임신 기간 내내도 약간 붕 떠 있는 느낌이 있었어요. 분명 배는 커지고 아이는 자라고 있는데, 내가 진짜 엄마가 된다는 게 잘 와닿지 않았어요.

출산 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이를 부정하거나 싫었던 건 절대 아니에요. 너무 소중했고, 잘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직도 내가 엄마라는 사실 자체가 낯설었어요.

솔직히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어요. 출산 전까지 육아에 대해 깊게 준비했던 것도 아니고,

실제 신생아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상상도 잘 안 됐거든요. 그래서 출산 후에도 “이제 진짜 엄마다”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현실이 천천히 따라오는 느낌이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잠 안잤어요

저는 조리원 퇴소 후 친정에서 거의 두 달 정도 몸조리를 했어요. 그때 친정엄마가 밤에는 아이를 봐주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녁잠은 혼자 잠을 잤었죠.

근데 신기하게 그 시간이 너무 좋더라고요. 아이를 안 보고 싶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어요. 그래서 막상 잘 수 있는 시간이 생겨도 잠을 안 자고 드라마를 보거나

휴대폰을 하면서 혼자 시간을 보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제가 아직 엄마라는 역할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아이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삶이 아직은 낯설고 어색했달까요.

그래서 잠깐이라도 예전처럼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그게 그렇게 좋았어요.

주변에서는 힘들면 빨리 자라고 했는데, 저는 이상하게 그 자유 시간이 아까워서 못 자겠더라고요.

누가 방해하지 않는 시간, 내가 보고 싶은 거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쉬는 시간이 너무 오랜만처럼 느껴졌어요.

그때는 스스로도 약간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어요. 분명 피곤한데 왜 안 자고 이 시간을 즐기고 있지 싶기도 했거든요.

근데 지나고 보니까 그건 우울하거나 회피라기보다는, 갑자기 바뀐 삶 속에서 제 자신을 붙잡고 싶었던 시간 같아요.

엄마가 되는 건 한순간에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예전에는 출산하면 바로 엄마가 되는 줄 알았어요. 아이 낳는 순간 자연스럽게 완벽한 엄마 마음이 생기고

모든 게 달라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까 엄마가 된다는 건 생각보다 천천히 적응하는 과정이더라고요.

저는 한동안 “내가 진짜 엄마구나”라는 감각이 잘 없었어요. 물론 아이는 너무 예쁘고 소중했지만,

동시에 아직도 예전의 제 모습이 남아 있었어요. 혼자 있고 싶고, 자유시간이 좋고, 아직은 현실이 덜 느껴지는 그런 상태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아이 울음소리만 들어도 이유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아이 스케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진짜 엄마처럼 살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됐어요.

억지로 갑자기 변한 게 아니라 아주 천천히요.

그래서 지금은 출산 후 바로 엄마답지 않았던 제 모습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고,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도 다 다른 거니까요.

결론적으로 저는 출산 후 우울했다기보다는 현실감이 없었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아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임신과 준비되지 않은 마음 속에서, 저는 한동안 여전히 예전의 저와 엄마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고, 아직 엄마라는 역할이 낯설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같은 감정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스스로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되는 건 출산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조금씩 만들어지는 과정인 것 같아요.